페루에서
희망이 나를 웃게 합니다
이인주 세례자 요한 신부
찬미 예수님! 페루 리마에서 이인주 세례자 요한 신부가 모든 은인들께 인사를 드립니다.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하느님 뜻 안에서 계획하신 모든 일이 이루어지길 이렇게 지면을 통해 모든 은인들께 인사를 드리게되었습니다. 반갑습니다.
글 부탁을 받고 선교 사제로서 가장 보람 있는 일이 뭘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미사가 떠올랐습니다. 사제의 의무이자 특권으로, 제 미사 지향은 늘 하느님 아버지의 영광, 모든 이의 성화와 구원, 연옥 영혼들을 위하여 또 자신의 영혼이 영원한 멸망의 위험에 처해 있는 이들에게 특별한 자비를 청하는 것입니다. 여기 신자들, 우리 동네 사람들을 위해서도요. 물론 은인들 또 돌아가신 은인들을 위한 미사 지향은 기본입니다. 저는 미사 전에 이러한 지향들을 예수님과 하느님 아버지께 말씀드리는데, 그러면 마음이 더욱 간절해지고 하느님에 대한 경외심과 감사의 정이 일어납니다.
매주 수요일마다 신자 몇 분과 함께 가는 병자 방문 또한 의미 있는 시간입니다. 제가 해 줄 수 있는 거라곤 성사 예식서 지침대로 하는 것, 또 환자를 안아 주는 것 외에는 없지만 사제를 통해 아픈 분들이 예수님에게서 위로와 격려를 받고 있다고 느끼는 것을 보며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 동네는 가난해서 바닥에 타일을 깔거나 방 사이의 벽을 벽돌로 쌓은 집은 별로 없고, 바닥은 맨 땅에다 벽 대신 베니어판으로 방을 구분해 놓고 있습니다. 그래서 산동네를 지날 때나 방문할 때 뭔가 자꾸 미안함을 느낍니다.
토요일마다 열 명 남짓한 신자들과 함께 성당 대청소를 하고 점심을 함께 먹습니다. 요 몇 주간은 본당 신부님이신 요한 금구 신부님께서 요리를 맡으신 자매님을 교구에서 토요일 오전에 하는 신자 교육 프로그램에 보내시고 직접 점심을 준비하셨습니다. 그리고 저와 마르틴 신부님이 신자들과 청소를 했습니다. 성당 청소의 즐거움은 함께 나누는 점심도 좋지만 멕시코풍의 성가를 듣는 것입니다. 세 시간 남짓 청소하는 동안 가톨릭 성가를 듣는데 중독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일주일이 금방 갑니다. 시간 참 빨리 갑니다.
희망은 삶의 힘찬 동력이죠. 머나먼 여기에도 저와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고 무한하신 하느님의 손길이 보살피고 있다는 당연한 사실에 새삼 감사함을 느낍니다.
얼마 전 우리 동네 플로레스 데 아만까에에 사는 작은 마을버스 안내양이 아침에 시내 직장으로 출근하는 친구를 보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인사하는 모습이 떠오릅니다. 희망이 나를 웃게 하고 지금의 어려움 너머에 있는 밝은 미래를 현재화합니다. 올 한 해도 모든 은인들께 희망 투성이 감사 투성이의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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